전원생활을 꿈꾸며

[스크랩] 전기가 없어도

백양골농원 2008. 3. 10. 15:44

지난번 귀촌모임에서 만난 창영씨는 사십대 초반의 젊은 귀농인인데

산골이 좋아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사람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있어 지나는 길에 들려 보았습니다.

창영씨가 사는 곳은 예전에는 20여가구가 같이 살던 동네지만

지금은 창영씨와 여름에만 들어와 농사를 짓는 귀농인 한 가정만이 사는

외딴 동네가 되었습니다.

 창영씨네는 아직 전기가 들어 오지를 않는데

전기가 있는 곳에서 창영씨의 집까지 거리가 멀어 전기를 끌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섯가구가 형성이 되면 군에서 끌어 줄 수가 있다고 하는데

너무 오지라서 그것을 기대하기란 쉽지가 않아 보였습니다.

깊은 골짜기를 시내를 끼고 들어가니 넓직하니 자리 잡은 창영씨의 집이 나왔습니다.

우리를 먼저 반겨주는 복돌이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짖더니 금새 좋아서 꼬리를 흔듭니다.

깊은 산골에 사는 개 일수록 이도 사람이 그리워서 그러는지

크게 경계를 않고 반가워 합니다.

요즘 세상에 전기 없이 어떻게 살까 걱정스레 갔는데,

창영씨의 어머니께서 빨래를 하고 계셨습니다.

세탁기가 없으니 당연히 손빨래를 해야 겠지요.

솥에다 하얗게 삶은 빨랫감을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서 방망이로 펑펑 두드려가며

빨래를 하시다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 주셨지요.

세탁기를 쓰기 시작한지가 20년이 넘었으니

오랫만에 손빨래 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깔고 앉아 계신 의자가 참 재밌게 생겼습니다.

연세가 드시면 뭘 하나 가지러 옆으로 가려면 다시 일어났다

앉아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구 다리야 소리가 저절로 나고,

그 일어 나는것이 귀찮아 엉금엉금 기어 가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의자는 앉아서 엉덩이로 밀면 바퀴가 달려 있어

옆으로 갑니다.

그러니까 옆으로 밀고 가셔서 다른 일도 얼른 얼른 하셨습니다.

이 의자의 본래 용도는 고추를 딸 때 쓰는 것이라 합니다.

내년에는 저도 두어개 구입을 해서 농사하는 고모님께 드려야 겠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왔다고 암탁과 수탁은 난리법석입니다.

혹여 새로 깐 병아리에게 위해가 될까하여 지붕까지 뛰어 올라가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로 위엄 있게 꼬끼오~하고 울어댑니다.

얼른 귀농을 하고픈 마음에 너무 오래되어 도저히 재생이 불가능한 집을 헐고

컨테이너를 놓아 집을 지었습니다.

창영씨의 부모님은 경기도 화성에 사시는데

농사 지을 기간만 내려 오셔서 창영씨를 도와 주신다고 합니다.

우리가 갔을 때가 겨울준비를 하던 때였는데,

거두어 들인 콩이며 팥 녹두 등을 골라 자루 자루 메달아 놓았습니다.

아마도 극성스런 쥐들을 피하시기 위함인것 같습니다.

어느새 메주도 쑤어 실광을 만들어 메달아 두었습니다.

늦가을 짧은 햇살이 따땃이 비춰주고 있었지요.

전기가 없이 난방을 어떻게 하나 했더니

컨테이너의 바닥을 뜯고 불 때는 구들을 만들었습니다.

이곳만 보면 여느 시골집 같지요~

창영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느새 나무를 해다 빼곡히 쌓아 놓았습니다.

방으로 들어 갔더니 방이 훈훈하고 아랫목은 아주 따뜻했습니다.

화로로 난방을 도우니 컨테이너인지 어쩐지 잊어 버릴 것 같았습니다.

주방입니다.

전기가 없다고 생각이 안 들지요~

온수도 쓴다고 합니다.

수도는 계곡물을 끌어다 1차 저장소를 만들어 수압을 높여 집으로 끌어 들였고

온수는 가스를 이용해서 순간온수기를 달아

욕실도 만들었습니다.

저기 씽크대 밑에 믹서기가 무용지물 일것 같지만

그것도 가끔 사용한다고 합니다.

석유를 넣는 발전기가 있어서 꼭 필요할 때는 전깃불을 켠다고합니다.

늦게 저녁을 먹을 때나 손님이 올 때에 말입니다.

그리고 보통 때에는 호야등을 사용합니다.

올해 농사지은 콩으로 벌써 콩나물을 이만큼 길러 놓았습니다.

콩나물을 길러 먹는 재미는 해 본 사람만이 알지요.

 

창영씨가 기르고 있는 소입니다.

이곳에 들어 오면서 외로움을 같이 할 친구로 들여 왔는데

혹시 힘들어서 도시로 돌아 가고플 때 이녀석들 때문에 다시 마음을 잡기도하고

이 녀석들 밥을 챙겨 주기 위해서라도 절제 있는 생활을 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예쁜 송아지가 함께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끝으로 창영씨가 전기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의 소식을 전해 주는

라디오입니다.

전기가 들어 오기 전까지 우리집도 할아버지께서 이 라디오에 커다란 베터리를

고무줄로 칭칭 감아 들으시던 그 라디오가

창영씨네 집에서는 지금도 대접을 받고 있었지요.

전기가 없어도 씩씩하게 잘 살고 있는 귀농인 창영씨네 이야기였습니다.

 

출처 : [우수카페]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그렇지/백금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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