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의 따뜻한 날씨로 양파가 분구(쌍구)로 나누어지거나, 꽃대가 올라오지(추대) 않을까 걱정하는 양파 농민들이 많다.
겨울이 오기 전에 양파가 너무 커 있으면 분구와 추대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대부분의 양파 농민들은 경험으로 안다.
그러나 큰 묘를 심었더라도, 또 겨울이 오기 전에 많이 컸더라도 반드시 분구와 추대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해는 분구와 추대가 많기도 했다가 어느 해는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양파라는 식물의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고유한 특성과 인간에 의해 개량된 특성, 그리고 각 개체들의 생활 환경이나 영양 상태, 그리고 날씨 조건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가 있다.
모든 생물이 마찬가지지만, 주된 목적이 번식에 있다면, 양파도 당연히 어느 정도 자랐다고 생각이 되면 번식을 하려고 한다. 분구와 추대는 양파가 번식하는 방식이다. 분구는 쪽파와 닮은 특성이고 추대는 대파와 닮은 특성이다. 그래서 양파는 쪽파나 대파와 아주 가까운 친척이다.
분구와 추대가 생기는 원인은 비슷하지만, 양파가 반응하는 시기는 차이가 있다. 양파 묘를 옮겨 심고 한달에서 한달 보름 동안에 분구가 될 포기는 결정이 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2월이지만, 11월 하순에서 12월 중순에 벌써 생장점이 2개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다. 지금시기에 눈으로 보이는 양파 잎의 수가 5개 이상이 되면 분구가 될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 눈으로 보이는 잎수가 5개일 때, 보이지 않는 잎을 합치면 8개가 넘어간다. 보통 7번째나 8번째 잎이 2개로 나누어져서 올라오게 되는데, 겨울로 접어들기 때문에 속에서 나오지 않아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2월이 되어 다시 자라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11월 하순보다는 12월 상순의 날씨가 분구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처럼 11월에 날씨가 따뜻해서 잎이 많이 자란 상태에서 12월 상순에도 예년보다 온도가 높다면 분구가 아주 많아질 수 있다.
그리고 꽃대가 올라오는 현상인 추대는 2월 중순부터 3월 상순에 생장점 부위에서 꽃눈이 분화해서 꽃차례가 올라오는 현상이다. 그래서 2월 중순까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3월 하순이나 4월 상순에 크게 자란 양파를 뽑아서 생장점 부위를 관찰해 보면 의외로 꽃차례가 형성되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는 꽃대가 올라올 것처럼 보이는 양파 포기도 확인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추대는 이른 봄에 양파가 얼마나 커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2월 하순부터 3월 상, 중순에 저온을 얼마나 오래 받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양파가 초봄에 많이 자라 있더라도, 그 시기에 날씨가 따뜻해서 빠르게 자라게 되면 꽃대가 잘 올라오지 않는다. 오히려 양분이 너무 부족한 상태거나, 따뜻했다가 갑자기 꽃샘 추위가 길어진다든지 해서 양파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양파가 별로 크지 않아도 꽃대가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번식 본능이 더 강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구와 추대는 한번 생겼으면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억지로 뭔가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묘가 너무 커서 분구와 추대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한들 소용이 없다. 그래서 전에 농사짓는 방법대로 그대로 계속 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밑둥이 불록하게 굵어진 양파 묘에서 분구나 추대가 많이 생긴다는 말이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밑둥이 굵어진 포기를 관찰해 보면, 대체로 바깥쪽 껍질 한 두개가 두터워진 것들이지, 속에 새잎이 많이 생겨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밑둥이 굵으면 마치 속에 새잎이 2개로 나누어져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왼쪽의 작은 묘는 잎이 3개이고 굵기가 5mm 정도이고, 오른쪽의 큰 묘는 잎 수가 7개이고 굵기가 15mm 정도 된다.
밑둥의 제일 굵은 부분의 직경이 15mm 정도 되고, 눈으로 보이는 잎 수는 7개이다.
그런데 안쪽까지 한 겹씩 벗기다 보면 속에도 잎이 나오고 있다.
8번째 잎이 2개가 쌍으로 나오고 있다. 벌써 2개의 생장점으로 분기가 이루어진 상태다.
여기서도 8번째 잎이 2개가 쌍으로 올라왔다.
보이는 잎의 수가 6개이고 속이 2개가 더 있다. 지금은 2개로 분기가 되지 않았다. 12월 상순까지의 온도에 따라서 2개로 분기될 가능성이 높다.
밑둥의 굵은 부분의 직경이 10mm 정도 되고, 보이는 잎수가 6개이고 아랫쪽이 약간 굵다.
보이는 잎 6개에 속에 한 두 잎이 더 있지만 분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밑둥이 굵어진 묘를 보면, 바깥 쪽 1, 2개의 껍질만 두터워져 있고, 속 껍질은 가늘다. 현재 상태에서는 분구가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날씨와 개체들의 상태, 품종 등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