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막이로 쓴 중풍과 관절염 명약 <방풍>
옛날, 어느 고을에 심한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을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부자들의 집을 습격하여 먹을 것이나 금품들을 빼앗거나 산속에 들어가서 산적이 되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관가에서 부자들을 약탈한 도둑들을 잡으러 나섰다. 많은 가난뱅이들이 붙잡혀 죽기도 하고 감옥에 같히기도 했다. 부잣집을 약탈한 진짜 도둑들은 산속으로 도망가서 숨고 마을에 남아있던 가난뱅이들만 도둑으로 몰려 심한 고초를 겪었다.
다행스럽게 붙잡히지 않은 가난뱅이들은 깊은 산 속에 숨어들어가서 이름을 바꾸고 조용히 살고 있었다. 가난뱅이들이 숨어 사는 산 속에는 불상도 없고 스님도 없는 낡은 절이 하나 있었다. 절에는 방이 여러 개 있었지만 벽이 허물어져서 찬바람이 새어들어와서 가난뱅이들은 주변에 있는 풀을 베어 허물어진 벽의 틈을 막았다. 절 주변에는 은은한 향기가 나는 풀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가난뱅이들은 그 풀로 벽을 막기도 하고 말려서 깔고 잠을 자기도 했으며 말려서 땔감으로 쓰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절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중풍이나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이 차츰 나아서 건강하게 되었다. 여러 해가 지나서 죽거나 뿔뿔이 흩어져서 행방을 모르던 가난뱅이 산 속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가족과 친구, 친지들이 산 속으로 찾아왔다. 그 중에 심한 관절염으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던 노인이 있었는데 낡은 절간에서 몇 개월동안 자식들과 함께 사는 동안에 관절의 통증이 개긋하게 나아서 없어졌다. 산 속에 들어오기 전까지 온갖 좋다는 약은 다 먹고 이름난 의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받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는데 산 속에 들어와서 사는 동안에 병이 나아버린 것이었다. 노인은 부처님이 병을 고쳐 준 것으로 생각하였다.
건강을 되찾은 노인은 마을로 내려와서 산 속에 있는 낡은 절에 가면 중풍과 관절염을 고칠 수 있는 좋은 약이 있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그 소문을 듣고 많은 관절염과 중풍을 앓는 사람들이 돈과 먹을 것을 들고 깊은 산 속으로 몰려들었다.
산 속에 살던 가난뱅이들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중풍과 관절염 환자들한데 낡은 벽을 막는데 썼던 풀을 돈을 받고 팔았다. 그 풀을 물로 달여서 마시기만 하면 관절염이나 중풍이 신기하게도 나았다. 가난뱅이들은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던 풀과 그 풀의 뿌리를 환자들한테 팔아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러나 그 풀의 이름을 아무도 알지 못하였으므로 오래 된 낡은 절간 벽에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썼다고 하여 방풍(防風)이라고 이름을 지었다.-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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